(역자 주 : 이 글은 2018년 12월 15일 노란 조끼 5차 행동에 참여했던 활동가가 그 직후 작성한 텍스트이다.)
* 작성 : Lydia Hirsch / 번역 : Fernand Kim
<파리 토요 시위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Ciat Conlin, 2018년>
토요일 오전 9시 샹젤리제에 노란 조끼를 입은 군중이 천천히 모이고 있을 때, 나는 초조하게 침묵을 지키며 헤매었다. 그 순간, 나는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상징물에 압도당했다. : 아나키스트, 공산주의자 깃발, 나체를 은색으로 칠한 프랑스-우크라이나 페미니스트 그룹 ‘Femen’의 여성들, 6공화국으로의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 구호, 그리고 은행과 일루미나티에 대한 전면 개혁 요구, 이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과 지역(베르베르, 카탈루니아, 브르타뉴, 왈롱)의 깃발도 찾아볼 수 있었다.
10시 30분경,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때 우리는 경찰에게 포위되어 있었고,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실질적 행동은 아직 시작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각각의 다른 이유가 있었다. 노르망디에서 온 세 사람은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해야 했기 때문에, 소득과 관련해 유류세에 대한 부담을 설명했다. 검은 모자를 쓴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거리에서 물건을 불태우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아나키스트”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시위에 함께 나온 민족주의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민족주의야말로,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그는 민족주의를 신봉할 수도 있을 것이다.
11시 30분경, 우리는 달려야만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포위하고, 고립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은 경찰을 지나쳐 돌파해냈다. 경찰은 이들을 곤봉으로 폭행하면서, 최루 가스 수류탄을 발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강변 이에나 다리를 향해 뛰었다. 최루 가스가 내 눈을 매섭게 찔렀지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시위 대오는 “모두 함께, 모두 함께!(Tous ensemble, tous ensemble!)” 혹은 “마크롱 퇴진!(Macron démission!)” 등의 구호를 외쳤고, 차분하게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불렀다. 때때로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거나, 큰 소리를 내며 응원의 말을 건네주었다. 시위 대오에서도 함성의 물결이 울려 퍼졌다. 매주 토요일 거대한 소요사태가 훑고 지나간 건물 외벽에는 마크롱을 조롱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때때로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귀와 사진, 그래피티 등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시위는 여러 측면에서 희한한 양상을 보였다. 11월 17일 이후로, 시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개최되었다. 얼마 전 토요일에는 상점 약탈, 건물 방화, 여러 사망자를 비롯한 중상자 발생 [1] 등 심각한 ‘폭동’ 수준의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평일의 파리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수준을 유지했다. 심지어 시위 도중에도 조금 이상한 ‘정상’ 상황이 이어졌다. Président Wilson 거리에 있던 야외 시장은 시위 도중에도 영업을 계속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생선, 야채를 구매했다. 경찰과 시위대는 야외 시장 철골 구조물, 불과 몇 미터 밖에서 충돌했고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경찰, 노란 조끼, 쇼핑객들이 서로를 괴롭히지 않고 상호 공존했던 시장은 일시적으로 중립 지대인 것처럼 보였다.
(역자 주 : 당시 현장에서 역자 본인도 함께 투쟁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야외 시장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경찰은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일대 거리를 모두 포위하고 4시간 이상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고착상황을 이어가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역자는 노란 조끼 동지들과 함께 경찰 포위망을 뚫고자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기동대(CRS)가 분사식 최루액을 역자의 눈에 조준 발사하여, 한동안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있다. 역자의 당시 상황 증언 영상 :
https://www.facebook.com/FernandKim1968/videos/vb.100001537057991/2130835003644381 )
시위는 유류세 인상에 대한 분노 [2] 로 촉발되었다. 그렇지만 노란 조끼는 최저임금 인상부터 학급 규모 축소(역자 주 :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문제이자 교육의 질 문제)까지, 마크롱 정부를 향한 훨씬 더 많은 일련의 요구를 포괄 [3] 하며, 투쟁을 확대해나갔다. 이번 주 토요일이 될 때까지, 마크롱은 놀랍게도 몇 가지 양보 조치를 취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었고, 연금수령자의 감세 폭이 확대되었다. [4] 지난 몇 주 동안의 전반적 상황을 살펴볼 때, 많은 건물이 불에 타기도 했지만, 이번 주 토요일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다. [5]
토요일 시위에서, 거의 모든 폭력은 경찰이 자행한 것이었다. 오후 3시 30분경, 나무와 판자 더미가 Boétie 거리 한 가운데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애초부터 불길은 작은 모닥불 수준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 모여들었다. 모닥불은 위협적이기 보다는 12월의 추운 날씨에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클래식 록과 펑크 음악을 틀고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누군가가 모닥불에 인화성 액체를 뿌렸고, 불길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거세졌다. 바로 그때, 경찰이 다시 최루 가스를 분사하며 진압을 시작했고, 맹견까지 동원했다. 우리는 거리를 달렸고, 약간 인적이 드문 상점 입구 근처에 서있었다. 시위를 예상하여, 영업을 하지 않는 다른 지역 상점과 마찬가지로 문이 닫혀있었다. 대치상황이 이어졌고, 우리는 스카프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능한 한 가스를 들이마시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연기와 뒤섞였던 그 최루 가스 냄새를 언제나 기억할 것이다. 잠시 후, 소방차가 불을 끄기 위해 도착했고, 상황은 점차 진정되었다.
나는 샹젤리제에서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되고 있는 폭력적 시위대, ‘breaker’라 불리는 파괴자(casseur)와 대화를 나누었다. 실제로 그는 우리에게 와서, 자신을 “파괴자 중의 한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금 공격적으로 보였는데, 그리 놀랍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폭력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기꺼이 주장했다. 폭력은 대규모 시위를 지속하게 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폭력이 없다면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위 효과가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미국인은 나에게 ‘파괴자와 진짜 파괴자... 2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폭력의 아드레날린으로 매서운 눈을 가지고 있는 진짜 파괴자 말이다. 관료적으로 냉혈하게 침탈하는 경찰... 그 사람이 말했다. 경찰은 때때로 시위대와 일부러 싸움을 만들고자 주변을 맴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비록 내가 이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목격했던 바에 의하면 나도 이 관점에 공감한다.
오후가 될 무렵, 거대한 군중이 샹젤리제에 운집했지만, 비교적 평온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코뮤니스트 조직은 스스로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 여성은 ‘혁명과 노동 계급을 위해 이곳에 있다’고 내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란 조끼 운동과 1968년 5월을 비교했다. 그리고 노란 조끼 운동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혼란스러운 채로 남아있다. 가장 명백한 사실은 이 운동이 진정으로 대중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 국민의 68%가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반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6] 평범한 사람들이 대중 시위에 나섰다. 이는 정말로 기존 사회 체제, 운동 체제와의 차이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경제적 영향도 현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마크롱의 양보 조치를 보면, 국가가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 확실하다. [7] 앞으로, 운동이 어디로 향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운동에 참여하는 좌파 활동가들이 파시스트와 민족주의(오로지 프랑스 노동자만을 지지) 등, 여타 반동분자들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은 이주노동자들도 운동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감추려하기 때문이다.
* 출처 :
http://libcom.org/news/yellow-vests-act-v-19122018
* 참고기사
[1] “« Gilets jaunes » : une troisième journée de mobilisation marquée par des violences,” Le Monde, 2 December 2018,
https://www.lemonde.fr/societe/live/2018/12/01/gilets-jaunes-suivez-en-direct-la-nouvelle-journee-de-manifestations-et-de-blocages_5391240_3224.html
[2] Elisabeth Zerofsky, “The Complicated Politics of the Gilets Jaunes Movement,” The New Yorker, 12 December 2018,
https://www.newyorker.com/news/news-desk/the-complicated-politics-of-the-gilets-jaunes-movement
[3] “VERBATIM. Voici toutes les revendications des Gilets jaunes,” Le Journal du Dimanche, 28 November 2018,
https://www.lejdd.fr/Politique/verbatim-voici-toutes-les-revendications-des-gilets-jaunes-3809783
[4] Leigh Thomas, “Macron’s concessions set to blow out French deficit,” Reuters, 11 December 2018,
https://www.reuters.com/article/us-france-protests/macrons-concessions-set-to-blow-out-french-deficit-idUSKBN1OA20M
[5] Peter Conradi, “Gilet jaunes protestors return to Paris in smaller numbers,” The Times, 15 December 2018,
https://www.thetimes.co.uk/article/gilets-jaunes-protesters-return-to-paris-in-smaller-numbers-lq05vqt25
[6] “Sondage Opinion Way - LCI : le soutien aux Gilets jaunes ne faiblit pas,” LCI, 07 December 2018
https://www.lci.fr/social/sondage-lci-le-soutien-au-gilets-jaunes-toujours-aussi-massif-2106784.html
[7] “French business counts the cost of ‘gilet jaunes’ protests,” The Financial Times, 10 December 2018,
https://www.ft.com/content/62e2f894-fc8c-11e8-aebf-99e208d3e521